요즘처럼 금리 얘기가 뉴스에 자주 나오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긴장합니다. 매출은 그대로인데 대출 이자만 슬쩍슬쩍 올라가면, 장부상으로는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사장님 통장에는 돈이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. “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”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자와 인건비, 임대료가 한꺼번에 밀려오면 그때는 이미 손쓸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.
하지만 금리 인상기를 무조건 공포의 시기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. 현금흐름을 다시 정리하고, 대출 구조를 정비하고, 비상 자금을 마련해 두면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충격을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. 이 글에서는 자영업자·소상공인 입장에서 당장 가게 장부와 통장을 보면서 실천할 수 있는 자금 관리 체크리스트와 실전 전략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.
1. 금리 인상기, 왜 자영업자가 더 위험한가
자영업자가 금리 인상기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간단합니다. 매출은 변동성이 큰데, 비용은 대부분 고정이기 때문입니다. 매달 나가는 임대료, 인건비, 카드 수수료, 공과금은 쉽게 줄일 수 없는데, 여기에 대출 이자가 조금만 올라가도 손익 분기점이 확 치솟습니다.
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위험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.
- 점포 임대보증금 일부를 사업자대출·신용대출로 충당한 경우
- 운영자금 부족을 마이너스통장·카드론으로 메꾸고 있는 경우
- 매출이 조금만 줄어도 월 이자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구조인 경우
금리가 오르면 이런 대출들의 이자 비용이 동시에 늘어납니다. 매출이 유지되면 괜찮지만, 경기 둔화나 계절 요인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시기와 겹치면 자금 압박은 몇 배로 커집니다. 그래서 금리 인상기에는 “매출을 늘리는 마케팅”보다도 먼저, 현재 구조가 금리 1~2% 더 올라도 버틸 수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.
2. 현금흐름표 다시 쓰기: 고정비·변동비 구조조정
이자 폭탄을 막는 첫 단계는 새로운 대출을 찾는 것이 아니라, 가게 안에서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정확히 보는 것입니다. 엑셀이나 수기로라도 좋으니 한 달짜리 현금흐름표를 다시 써 보세요.
우선 비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.
- 고정비 – 임대료, 인건비(최소 인력 기준), 4대 보험, 통신비, 관리비, 차량 리스료 등 매출과 상관없이 나가는 비용
- 변동비 – 재료비, 배달 앱 수수료, 포장재, 카드 수수료, 광고비 등 매출에 따라 달라지는 비용
이렇게 나눠 놓고 보면, 금리가 오를 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가 보입니다.
- 고정비 점검 최소 인력 기준으로 인건비를 다시 계산해 보고, 시간대별 매출 데이터를 확인해 유독 한산한 시간대가 있다면 근무 시간이나 교대를 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. 필요 이상으로 비싼 통신·POS·음악 저작권, 각종 구독서비스가 없는지도 체크합니다.
- 변동비 점검 매출 대비 재료비 비율, 배달 앱 수수료 비율, 광고비 효과를 수치로 기록해 봅니다.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거래처 조정, 메뉴 재구성, 배달·포장 비율 조절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봅니다.
이 과정을 통해 “매출이 10% 줄어도, 금리가 1% 더 올라도 버틸 수 있는 비용 구조”를 만들어 두는 것이 목표입니다. 이 구조가 만들어져 있어야, 이후에 대출을 재조정할 때도 은행 상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.
3. 대출 구조 재점검: 정책자금·대환·상환 전략
두 번째 단계는 이미 가지고 있는 대출의 구조를 재점검하는 것입니다. 자영업자·소상공인은 보통 여러 개의 대출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. 예를 들어,
- 고금리 신용대출·카드론·마이너스통장
- 비교적 금리가 낮은 정책자금·시설자금·보증서 대출
-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사업 운영자금으로 일부 활용하는 경우
이럴 때는 각 대출을 표로 만들어 한눈에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.
- 대출 종류 / 잔액
- 금리(연 몇 %)
- 상환 방식(원리금균등, 만기일시 등)
- 만기일
- 중도상환수수료 여부
정리가 끝나면 다음 순서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.
- 1순위 – 고금리 대출부터 줄이기 카드론, 현금서비스, 고금리 마이너스통장은 가능한 한 빠르게 상환하는 것이 좋습니다. 단기간이라도 이자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, 정책자금이나 상대적으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지 우선 검토합니다.
- 2순위 – 정책자금·보증대출 적극 활용 정부·지자체·신용보증기관에서 제공하는 소상공인 정책자금,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, 기존 고금리 운영자금을 이런 상품으로 옮길 수 있는지 상담해 봅니다. 준비서류와 심사 기간이 다소 번거롭더라도, 장기적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합니다.
- 3순위 – 상환 방식·기간 조절 매달 나가는 상환액이 너무 부담된다면, 일부 대출의 상환 기간을 늘려 월 상환액을 낮추고, 대신 여유가 생긴 현금을 고금리 대출 상환에 집중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. 반대로 여유가 있을 때는 이자율이 높은 대출의 원금을 우선 상환해 총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.
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출을 또 만드는 것이 아니라, 기존 대출을 “싸고 길게, 단순하게” 재구성하는 것입니다. 대출이 여러 개 섞여 있으면 관리가 어려워지고, 금리가 어디에서 얼마나 나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. 가능하다면 2~3개 이내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.
4. 비상 자금과 매출 버퍼 만들기
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것이 비상 자금과 매출 버퍼입니다. 많은 사장님들이 “당장 장사가 안 돼 죽겠는데 무슨 비상 자금이냐”고 말하지만, 결국 위기에서 버티는 힘은 비상 자금에서 나옵니다. 금리 인상기에는 특히 다음 두 가지를 목표로 삼아 보세요.
- 비상 자금 목표치 정하기 최소 3개월치 고정비(임대료 + 인건비 + 이자 + 기본 공과금)를 합산해 숫자를 정합니다. 예를 들어 한 달 고정비가 500만 원이라면, 1,500만 원을 1차 목표로 삼고, 매달 작은 금액이라도 따로 떼어 비상 자금 통장에 모읍니다.
- 매출원 다변화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했다면 배달·포장 비중을 조금 늘리거나, 온라인 판매 채널(배달 앱,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)을 구축해 매출원을 나눠 둡니다. 한 채널에서 매출이 줄어도 다른 채널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.
비상 자금이 어느 정도 쌓이고, 매출원이 분산되면 사장님의 심리적 안정감도 크게 달라집니다. 이 안정을 바탕으로 더 냉정하게 숫자를 보고, 필요한 결정을 제때 내릴 수 있습니다.
마무리: 숫자를 직시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패
금리 인상기에는 누구나 불안합니다. 특히 자영업자·소상공인은 매출과 비용이 하루하루 요동치기 때문에, 이자 몇 만 원, 몇 십 만 원이 더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. 그렇다고 막연히 걱정만 하고 있으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.
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. 가게의 현금흐름표를 다시 쓰고, 대출 현황을 한 장에 정리하고, 비상 자금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. 그리고 고금리 대출부터 차근차근 줄여 나가고, 비용 구조를 손보면서 “금리가 더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 가게”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.
숫자를 직시하는 일은 불편하지만, 그 숫자를 정확히 보는 순간부터 이미 절반은 해결된 것입니다. 지금 가게의 장부와 통장을 한 번 열어 보세요. 그 작은 행동이, 금리 인상기에도 사업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.
